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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입찰보증금, 매각불허가땐 돌려받아

2020.10.20 12:24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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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경매 지식이 많이 알려지다 보니 일반인의 입찰 참가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낙찰을 받고도 잔금을 못 내는’ 경매 사고도 꾸준히 발생한다. 입찰보증금을 몰수당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경매에 입찰하려면 최저 매각가격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미리 내야 한다. 낙찰자가 낙찰 받고도 잔금을 내지 못하면 입찰보증금은 몰수된다. 몰수된 보증금은 배당재단에 편입되어서 채권자들에게 배당된다.

잔금 미납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권리분석을 잘못했거나, 시세보다 높게 낙찰을 받은 경우다. 그러나 실수로 잘못 낙찰 받았더라도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있다. 법원의 재판으로 ‘매각 불허가’ 결정을 받거나 ‘매각 허가 취소’ 결정을 받는 방법이다. 매각이 무효가 되면 낙찰자는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수년 전 경기 용인시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향이나 층, 입지 등이 나무랄 데 없고 선호도가 높은 평형대의 아파트였다. 감정가 2억7000만 원인 아파트가 다섯 번의 유찰을 거쳐 감정가의 30%대인 8000만 원대까지로 떨어져 있었다. 법적인 문제가 있는 특수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경매 자료를 살펴보니 대항력 있는 세입자 A가 있었고, 경매는 이미 한 차례 낙찰된 전력이 있었지만 낙찰자가 잔금을 미납해서 입찰보증금이 몰수된 상태였다.

이 아파트를 낙찰 받은 K 씨는 낙담한 표정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그는 세입자가 위장 임차인인 줄 알고 아파트를 낙찰 받았는데, 또 다른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아파트 소유자로부터 ‘경매 신청의 근거가 되는 저당권(채무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저당물에 대해 우선 변제 받을 수 있는 권리)이 무효’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내막은 이랬다. 소유자 아들이 사업을 하다 급전이 필요하자 아버지 명의로 서류를 위조해서 근저당을 허위로 설정해 주고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근저당권 말소 소송’을 진행 중이고 승소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 경매 신청의 근거가 되는 근저당권이 소송을 통해 말소되면 경매는 무효가 되고 결국 낙찰자는 잔금을 납부해도 소유권을 잃게 된다. 직전 낙찰자도 이런 이유로 잔금을 미납한 것으로 추정됐다.

K 씨는 ‘매각 불허가’를 받고 싶어 했다. 매각 불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매각 물건 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야 한다. 그는 고심 끝에 진행 중인 근저당권 말소 소송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로 했다. 이 소송에서 저당권은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서류 위조로 저당권이 무효라면 판결로 확정되지 않아도 무효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은 무효인 저당권에 기해 권원(행위를 정당화하는 원인) 없이 진행된 경매로 K 씨의 낙찰 자체도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법원에 매각 불허가 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이 사건은 곧 매각 불허가로 정리됐다. 결정 이유는 필자의 주장과 동일했다. 이로써 K 씨는 금쪽같은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낙찰을 받아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드러나 잔금을 미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입찰보증금을 포기하지 말고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 보는 것이 좋다. 현실에선 너무나도 쉽게 거액의 입찰보증금을 포기하고 만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기사 바로보기: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1019/103521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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